배우 강수연 별세 및 생전모습 재조명

 

 

 

 

 

강수연 별세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치료를 받아온 배우 강수연씨가 지난 7일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8일 영화계 안팎에서는 한국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월드스타’를 추모하는 물결이 이틀째 이어졌다. 그는 대중을 매혹하는 스타성을 가진 동시에 작가 감독의 영화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한 드문 배우였다.

강씨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통증을 호소하다가 가족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뇌출혈 증세를 보인 강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7일 오후 3시쯤 세상을 떠났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님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셨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집행위원장으로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헌신했다. 고인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고 애도를 전했다. 고인은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초기부터 심사위원·집행위원 등을 맡아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같은 날 전주국제영화제도 “고인은 한국 영화계의 빛나는 별로 활약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바란다. 그가 한국 영화계에 남긴 유산을 잊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공식 조문이 시작되자 영화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강씨가 쓰러진 뒤부터 병원에서 곁을 지켜온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이날도 일찌감치 빈소를 찾아 “너무 갑작스러운 비보라 안타깝고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영화계 분위기를 전했다.

 

* 강수연 씨받이

고인을 ‘월드스타’로 만든 영화 <씨받이>의 임권택 감독도 이틀 연속 빈소를 찾아 자리를 지켰다. 임 감독은 “좋은 연기자를 만난 행운 덕분에 내 영화가 좀 더 빛날 수 있었고, 여러모로 감사한 배우였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최근 고인과 함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를 작업한 연상호 감독과 제작진, 배우 문소리씨 등도 빈소가 차려지기 전부터 장례식장을 찾았다. 연 감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영화 그 자체였던 분”이라며 “편히 쉬시라. 선배님과 함께한 지난 1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는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2013년 단편영화 <주리> 이후 9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던 고인에게 <정이>가 마지막 작품이 됐다.

봉준호 감독, 배우 박정자·예지원씨,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도 빈소를 찾았다. 봉 감독은 “몇 달 전에 (고인을) 뵀었는데 실감이 안 난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황 장관은 고인에게 훈장 추서를 검토하고 있다며 “지금보다도 더 크게 대한민국 영화사에 큰 역할을 하실 분인데 이렇게 너무 일찍 가신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추모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배우 문성근씨는 트위터에 “강수연 배우, 대단한 배우. 씩씩하게 일어나기를 기도했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다. 명복을 빈다”는 글을 올렸다. 배우 김규리씨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고인을 보며 저도 나중에 저렇게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저에게 등대 같은 분”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 강수연 아제아제바라아제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4세 때부터 아역배우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50년 넘게 배우로 살았다. 동아시아 배우 중 처음으로 1987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에서 ‘월드스타’라 불린 최초의 배우다.

1969년 동양방송 전속 아역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강씨는 10대 시절 영화 <핏줄>(1975), <별 3형제>(1977), <비둘기의 합창>(1978), <슬픔은 이제 그만>(1978) 등에 출연하며 아역배우로 얼굴을 알렸다. 1983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TV 드라마 <고교생 일기>에 배우 손창민씨와 함께 출연하며 당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로 주목받았다.

고인은 고등학교 졸업 후 1985년 <고래사냥 2>를 시작으로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1987년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를 줄줄이 흥행시키며 그해 대종상에서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출연한 <씨받이>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해외에서 주목받으며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89년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에선 삭발을 한 채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고 이 작품으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1년엔 SBS 드라마 <여인천하>의 주인공 정난정 역할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 35.4%를 기록하며 공전의 인기를 누렸다. 고인은 <써클>(2003), <한반도>(2006), <주리>(2013) 등 영화에 간간이 출연했지만 2010년대 이후로는 작품활동이 거의 없었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가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부산시의 압력을 받은 뒤 이용관 집행위원장 등이 물러나자, 강수연씨는 이듬해부터 3년간 김동호 이사장과 함께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고인의 장례는 영화인장(葬)으로 치러진다. 김동호 이사장이 장례위원장을 맡고 임권택·배창호·임상수·정지영 감독, 안성기·김지미·박정자·손숙·박중훈 배우 등이 장례위원회 고문을 맡았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차려졌다.

영결식은 11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장례위원회는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유튜브를 통해 영결식을 생중계하기로 했다. 다만 조문을 비롯한 장례 절차는 유족의 의사에 따라 취재진 등에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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